요즘 그림그리는게 너무 재미있다.
몇 주 전부터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최근 다시 기본기부터 연습하고 있다.
대학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왠만한 무거운 물건들은 다 놓고왔었는데
대학시절에 들었던 예술가를 위한 인체해부학 책만은 꼭 붙들고 왔다.
그 시절 인체해부학 수업은 머리로는 성실히 잘 수업에 임해야지. 했지만 얼마 못가서 열심히 하는 것을 멈췄다.
360페이지에 엄청 크고 두꺼운 책.
그리고 내 마지막 양심같이 들고 온 책.
그도 그럴게 아무리 수업을 들어도, 근육을 따라 그려봐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업만은 열심히 들었기에 성적은 괜찮았지만 사실상 수업을 잘 들었을 뿐 들은 수업이 온전하게 내 것이 되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하루 동안 2~3페이지 읽고 그리고 연습하고 다시 그려보고를 2-5시간 반복하고 있다. 가끔은 한페이지에서 넘어가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 이런느낌인거구나' 하고 있으니..
새삼 내가 꽤 이해력이 느린편이구나를 느꼈다.
동시에 조금은 이해가 갔다.
이정도로 느린데 학생 때 과제와 수업을 들으면서 할 시간이 있었을리 없다.
사실 그 시절에도 스스로가 좀 느리다고 생각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해갔었는데 여유가 있었을리가..
잘하는 것을 배우는 것과 하고싶은 것을 배우는 건 큰 차이가 있다는게 아마 여기서 뚜렷하게 보여지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내가 선택했으니까. 싫지는 않다.
그리고 역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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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ley Bird's Illust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