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14_Fri. 장거리 주자

 

최근 그림그리는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원래부터 좋아했다지만 요즘은 더 재미있다.

한 10년 전쯤 내가 이 만큼만 되어도 행복할텐데.. 라는 상태가 이제야 온 기분이다.

 

전에는 뭔가 하고싶어도 시작하기가 쉽지 않고 그렇지만 역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어찌저찌 그림을 그린 느낌이라면 최근에는 할수있다! 하면 그린다. 나는 언제쯤 빡 들어간 긴장을 놓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기분이 최근에는 힘이 좀 더 풀린 느낌.

그만큼 작업 속도가 빨라졌거나 잘 그리게 된 것은 별개의 문제 같지만......

 

그림 외에도 취미로 언어 공부를 하거나 다른걸 배우거나 하고 있는데 놀라운건 과거보다 훨씬 이해도 잘되고 쉽다는 것이다. 불만인 점은 학생 때 이런 이해력이었으면 맨날 공부를 노는 것 처럼 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시절에는 내 나름데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너무나 알고 있기 때문에 뭐라 할 수도 없다.

아무리 듣고 공부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결과는 내야했고 시험도 다가왔다. 그렇기에 책을 그대로 배끼듯 외우고 익혔었다. 요령은 배우려해도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 잠깐 이해해도 지나면 기억나지도 않았다. 

그게 스스로 너무 서러웠었다. 수업 하나만으로도 눈으로 차이가 느껴져서 초조하고 내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나에게 화났다.

 

옆에서 친구가 오! 하면서 이거 쉽네, 아 그렇구나~ 하고 있을 때 나는 진짜 도저히 모르겠어서 결국은 보고 쓰고 외우고 다시 쓰고... 결국 한계점은 올 수 밖에 없었다.

미국 교육 과정은 대학교와 비슷하게 인정만 받으면 내 학년보다 더 수준 높은 수업을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 후에 대학을 갈 때도 그만큼 메리트가 있다.  그래서 나름 아등바등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암기과목은 암기를 하면 어찌저찌 된다고 하지만 수학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못한건 아니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노력하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방과후에 따로 물으러 간다던가 추가로 더 풀어본다던가... 미국 수학 과정은 어쨌거나 한국 수학 과정보다 더 쉬우니까.

그렇게 아등바등한 끝에 좀 더 어려운 수업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의 모습을 지켜봐온 선생님과 나와 따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오늘은 몇시간 잤니, 오늘은 어떨거 같니.

지금도 학년보다 좀 더 높은 수준으로 하고 있는거란다. 무엇보다 지금도 이걸 위해서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어서 다른 과목 공부가 쉽지 않잖니. 이제 미대입시 준비를 하면서 공부도 병행해야 될텐데 네가 집중해야할게 뭔지 잘 생각하며 시간을 배분해야할거란다.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평균은 될 수 있어도 그 이상이 되기에는 다른 애들보다 내가 이해가 좀 느리구나.

 

학생 때는 제한된 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얇지만 길게 과거보다는 덜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성장해가고 있다.

지내고보니 나는 단거리 주자보다는 장거리 주자였다.

느리지만 꾸준히 해온 끝에 정신차리면 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게 되었네....? 하는 걸 겪고나니 초조해할 필요를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납득을 하고 체념을 한거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사람마다 주어진 길이 다르고 어쨌거나 나는 하고 싶은걸 하고 꾸준히 하니까 느기게 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그림 그려야지. 따지자면 내 생각보다 10년이나 뒤늦게 찾아온 지금이지만 어쨌거나 너무 행복하다.

남들보다 뒤늦게 성장한 것이 분하면 남들보다 10년 더 살지 뭐 ㅎㅎ